1963년 7월 18일, 워싱턴의 국가항공우주위원회(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Council)가 국무부에 메모 한 통을 보냈다.
수신자는 국무부 국제과학사무국(Office of International Scientific Affairs)의 로버트 F. 패커드였다. 제목은 “우주 외계 종족 문제에 대한 소고(Thoughts on the Space Alien Race Question).” 발신자는 위원회 전문위원 맥스웰 W. 헌터 2세였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최근 논의 중에 드물게나마, 우주에서 외계 지성체가 발견될 경우 어떤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지 검토해야 한다는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과학계의 입장과 비행접시 옹호자들
헌터는 먼저 두 입장을 나란히 놓는다.
과학계의 일반적 견해는 충분한 근거 위에서, 태양계 안에서 외계 지성 종족과 마주칠 가능성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다고 본다. 다른 행성의 환경이 인류가 아는 형태의 생명을 떠받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비행접시(flying saucer) 옹호자들은 그런 과학적 시각이야말로 어불성설이며, 외계 존재의 증거가 압도적이라고 주장한다.
헌터는 비행접시 옹호자 쪽에 서기는 어렵다고 적는다. 그러나 대다수 과학자가 그리는 “거의 완전한 불가능성”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현재 시점의 문제 구도를 정리해 보겠다고 시작한다.
별 형성 이론과 생명 가능성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태양계가 두 별이 거의 충돌할 뻔한 사건의 결과라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처럼 드문 사건이라면 우주에 행성계가 거의 없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 행성계가 유일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1963년의 상황은 달라졌다고 헌터는 적는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별 형성 이론에 따르면, 행성계 형성은 별 진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 관점에서는 대부분의 별이 행성계를 거느리고, 은하 안의 거주 가능 행성 수는 어마어마하다. 생물학도 무기 분자에서 원시 바이러스에 이르는 자연 단계를 거의 끝까지 추적해 두었다. 그러므로 은하에 행성이 무수히 많을 뿐 아니라, 그중 상당수에서 생명이 자연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이것이 곧 지적 생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헌터는 짚는다.
화성인 가설과 달 채굴
은하에 생명이 풍부하더라도, 우리 태양계 안에 또 다른 지적 종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헌터는 화성 표면의 “카날리(Canali)“를 먼저 언급한다. 폭이 좁고 두드러진 지형 사이를 잇는 이 무늬는 지적 활동의 흔적으로 해석되어 왔다. 20세기 초 화성 생명체 논의는 외계 지적 존재를 찾으려는 강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1963년의 과학계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별들 사이에서는 지적 생명체가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태양계 안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헌터는 비행접시 옹호 진영의 한 주장을 소개한다. 화성인이 한동안 달을 채굴해 왔다는 가설이다. 처음에는 차라리 지구를 채굴하지 왜 달이냐 싶지만, 화성인의 입장에서 우주비행을 따져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화성의 탈출 속도는 초속 약 16,500피트에 불과하고 지구 진입 감속도 10,000피트 아래다. 화성인이 보기에 지구는 우리가 목성을 보는 것처럼 거대한 행성이다. 달로 가는 것이 지구보다 크게 수월하지는 않지만, 돌아오는 길은 훨씬 쉽다. 보통의 고에너지 화학 로켓만으로도 시기만 맞으면 화성에서 달까지 총중량의 약 10%를 실어 갈 수 있다. 달에 재급유 기지를 세워두기만 하면 화학 에너지만으로도 임무를 굴릴 수 있다.
세 가지 가능성과 세 가지 정책
헌터는 외계 종족과 마주칠 경우를 세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화학 추진 단계의 외계 종족이다. 화성인처럼 핵에너지 없이 달에 식민지를 만든 상대라면 “큰 문제가 아니며, 지금의 국가 정책이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헌터는 본다.
둘째, 항성 간 항행이 가능한 종족이다. 핵에너지로 광속의 절반에서 4분의 3까지 내는 우주선을 갖춘 상대라면, 이 경우는 훨씬 어려운 상대다. 다만 이동 시간의 제약이 있어 모든 전력을 한꺼번에 투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헌터는 덧붙인다.
셋째, 아인슈타인의 제약을 넘어서는 외계 종족이다.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상대라면, 정책은 한 줄로 줄어든다. “빨리 협상한다.” 자연의 기본 힘에 대한 그쪽의 이해가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어느 유형이든 공통적인 행동 방침이 하나 있다고 헌터는 적는다. “지구 내부의 모든 갈등을 즉시 묻어두는 정책이 우선이다.”
메모의 마지막 줄
결론 항목에서 헌터는 한 발 물러선다. “그럴듯한 과학적 사고를 모두 동원하더라도, 우리가 다른 지적 종족을 발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0이 아니고,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 페이지, 헌터의 서명 바로 위에 이런 문장이 있다.
“현재로서 이 가능성에 대비할 글이라고는 공상과학 속 비상 상황 묘사뿐이다. 실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헛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의 정책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다. 즉, 거대한 패닉 속에서.”
메모는 “공식 사용 제한(OFFICIAL USE ONLY)” 등급이었다. 기밀(SECRET)이 아니었다. 그리고 1963년 당시 이 메모에 어떤 공식 답변이 내려왔는지는 이 파일에 없다.
출처: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Council, “Thoughts on the Space Alien Race Question,” July 18, 1963. 미국 전쟁부 공개, war.gov/UFO. 원문 PDF — Public domain.